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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후회

라이란 『오만한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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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4/09/10
라이란
출판 레토북스
분류 로맨스판타지 〉 서양풍 로판

줄거리

첫사랑이자 짝사랑.
끝내야 하는 걸 아는데도 조금만, 하며 십여 년간 간직하고 있던 조금은 구질구질한 사랑.
스텔라에게 그 모든 사랑은 단 한 명이었다.
그런데.

“스텔라 엠브로즈?”
“그래, 그녀는 어떤가?”
“남의 수발이나 들던 여자와 말인가?”

하, 비웃는 소리가 섞였다.

“내 옆자리에 그런 여자는 어울리지 않아.”

재고할 것조차 없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
그 차가운 목소리를 뒤집어쓴 스텔라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 사랑을 이제 끝내야 한다는 걸.

그렇게 십여 년을 끌어오던 짝사랑을 끊어 내기 위해 수도를 떠날 준비까지 하고 있었는데.
왜.

“칼리언 로체스터 공작님과 결혼하는 거란다!”

왜.
우리는 결혼식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 걸까.

* * *

“우리는 이혼할 겁니다.”

차갑게 가라앉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스텔라를 응시했다.

“기간은 최대 3년. 그간 당신이 해 줘야 하는 건 정숙하고 조용한 로체스터 공작 부인의 역할이죠.”

이렇게 말하면 자신에게 매달릴 거라 생각했다.
풍족한 생활을 위해 더러운 수로 제 옆자리를 차지한 여자가 아니던가.

“네, 공작님.”

그런데 왜.

“공작님의 말씀에 따를게요.”

…저렇게 초연한 거지?


‘후회남 소설’에서 기대한 것들을 만족스럽게 충족시켜주는 소설

클리셰지만… 꽤 재미있길래 끊김 없이 쭉 읽었다
역시 잘 팔리는 건 이유가 있어

근데 거의 반년이 지나고 리뷰 쓰려고 보니까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네….
5점이나 4.5점 정도까진 아닌 것 같아 4점 줌

1권

‘왜 나를 저런 눈으로 보시는 걸까.’

만약 감정을 만질 수만 있다면, 손끝 가득 질척이는 혐오감이 잔뜩 묻어나올 듯한 눈이었다.
길가에 오물을 봐도, 징그러운 벌레를 봐도, 저보다는 밝은 얼굴일 텐데.

1.

스포일러

3권

“칼리언 로체스터는 역시 운이 좋은 놈이라는 생각을 자주하죠.”

9.

신께 맹세코 어렸을 적 처음 칼리언을 눈에 담은 이후로 스텔라는 다른 사람에게 한눈을 팔아 본 적이 없었다.
거의 평생에 가까운 사람을 당신만 보고 살았는데.

“…….”

스텔라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물론 칼리언이 이 순애보를 알아주길 바란 건 아니었다.
말한 적이 없으니 모를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게 저를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 줄이야.
너무 아파서, 괴로워서 스텔라는 결국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십여 년 넘게 스텔라를 지탱해 주던 첫사랑이 이제는 비수가 되어 그녀를 찌르고 있었다.

10.

“…나는 모르는 일이에요.”

네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까처럼 울면, 속절없이 믿을 것만 같았다.
칼리언은 얼굴을 굳혔다.

10.

그때는 사랑이 시작되었다. 십여 년을 넘게 질질 끌게되는 지독한 짝사랑이.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이 손을 잡으면 무엇이 시작될까. 아니면 무언가가 끝나려나.
그건 스텔라도 칼리언도 알 수 없었다. 잡아 보는 수밖에는.
스텔라는 손을 내밀어 칼리언의 손을 잡았다. 어릴 적처럼 주저함은 없었다.

10.

“내가 당신을 너무 좋아해서.”

녹음이 생각나는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눈을 감았다가 뜰 때마다 긴 속눈썹 밑으로 진주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내 첫사랑이 바로 당신이라서.”

울면서 스텔라는 웃었다.

“너무도 긴 시간 동안 당신을 너무 좋아해서.”

첫사랑.
짝사랑.
보내 줘야 하는 걸 아는데도 조금만 하며 계속 잡고 있던 구질구질한 사랑.
또 때로는 저도 모르게 그리던, 풍족했던 어린 시절의 상징 같던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고 탐낼 수 없었던 스텔라가 유일하게 원했던 남자.

“그래서 그랬는데.”

하나만, 딱 하나만 손에 쥐고 있고 싶었는데, 마음에 품고 있기를 바랐던 것뿐인데.

“너무 욕심을 부렸나 봐요.”

자신의 인생에는 그것조차 사치였던 걸까.

11.

“칼리언 로체스터, 내가 당신을 좋아하냐고 물었죠.”

스텔라는 칼리언을 바라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했어요. 정말로,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했어요.”

진심이었다. 스텔라는 정말 온 마음을 다해서, 온 힘을 다해서 칼리언 로체스터를 사랑해 왔다.

“하지만 이제 아니에요.”

스텔라는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내 사랑은 끝났어요, 칼리언.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11.

“혹시.”

이제 짚이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저를 사랑, 하세요?”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질문이었다.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스텔라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침묵이 길었다. 칼리언은 침묵을 지키며 스텔라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아니면 찾는 듯한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스텔라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순간.

“아니요.”

답이 나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예상했던 답 그대로라, 스텔라는 쓰게 웃었다.

11.

“사과는 했나?”
“굳이?”

할 말이 턱 막히고 말았다. 에그버트는 제 손에 들린 시가가 밑으로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칼리언을 멍하니 응시했다.

“똑똑한 여자야.”

정작 당사자인 칼리언은 너무도 태연하게 술잔을 채우고 있었다.

“주변을 살필 줄 아는 여자고.”

술을 한 모금 마신 칼리언은 읊조리듯 낮게 말을 이었다.

“자기가 처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깨닫게 되면 내 옆에 앉겠지.”

그래, 분명 그럴 것이다. 칼리언은 확신했다.

12.

4권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네가.

‘아.’

웃는 게 보고 싶어서…….
칼리언은 눈을 질끈 감았다. 턱에 힘이 들어갔다.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눈 앞을 가리던 천이 벗겨진 느낌이었다.
이 세상 모든 놈들을 다 멍청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자신이 가장 멍청한 놈일 줄이야.
어떻게 사랑조차 모를 수 있는가.
그것도 십여 년을 넘게 이어 온 첫사랑이자 짝사랑을 어떻게 이제야 깨닫는가 말인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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